한생명복지재단 대표 이효천

스무 살 무렵에 만난 사람들이 있다.
그때 우리는 참 어렸다
가진 것도 별로 없었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
허영심에 야망만 그득하던
젊은 치기의 어린 이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은 분명했다.
교회가 좋았고
하나님을 사랑했고
우리가 믿는 것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함께 사역했고
함께 울고 웃으며
젊은 날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고
다들 아빠가 되었고
그때는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이제 우리 사이를 뛰어다닌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모두가 가족을 데리고 모인 건 처음이었다.
펜션 하나를 빌리고 고기를 굽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별것 아닌 이야기로 한참을 웃고
밤이 깊도록 교회가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젊은 날에는
함께 무언가를 해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다시 만났을 때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웃을 수 있는 것.
서로에게 무엇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잘 살았는지 묻지 않아도 되는 것.
그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지나온 시간이 설명되는 사람들.
그런 관계.
그게 참 좋았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건
우리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는데
좋아하는 것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교회를 사랑하고
여전히 하나님의 뜻을 묻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믿는 것을 살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될지 몰랐다.
마흔을 앞둔 지금도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사람 안에 남는다는 것.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우리도 저랬겠구나 싶었다.
어리고, 서툴고,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늘 함께였던 사람들.
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우리 이야기는 한참 계속되었다.
이십대때에 시작했던 이야기를
마흔이 다 되어 다시 하고 있었다.
많은 것이 달라졌고
참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
스무 살의 우리도 그 이야기를 했고
마흔을 앞둔 우리도
여전히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그 이야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함께 꿈을 꾸었고, 이제는
서로의 삶이 그 꿈의 대답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