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과 14일.이틀 사이에나는 전혀 다른 옷을 입었다.

한생명복지재단 대표 이효천

1월 13일과 14일.
이틀 사이에
나는 전혀 다른 옷을 입었다.
13일엔 수트를 입고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 앞에 섰고,
14일엔 작업복에 태극기를 박아넣은 조끼를 걸치고
흙과 쇠, 그리고 땀 한가운데에 섰다.
13일,
한국에서 한부모가족 통합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개소식’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하루였다.
빈 땅 앞에서 가능할까를 묻던 시간들,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들이
그날 조용히 증명되었다.
그날 나는 리본을 자르며 깨달았다.
이건 완공이 아니라 시작이구나
이제부터 더 무거워질 책임의 시작이구나.
그리고 하루 뒤,
나는 비행기를 타고
태국 치앙라이 산족마을로 향했다.
청소년들과 함께
땅을 파고,
쇠를 자르고,
태양열 가로등을 세웠다.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여러 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사역지는 늘 그렇다.
우리의 능력만큼이 아니라
허락하시는 만큼 길을 내어주신다.
해가 지고
가로등에 불이 켜지던 순간,
누군가는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빛은
우리가 해냈다는 증거라기보다
그 밤이 그냥 어둠으로 남아서는
안됐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수트를 입은 날도,
작업복을 입은 날도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카메라 앞에서 비춰지는 삶보다
현장에서 손이 더러워지는 자리,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그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밤이든, 한국이든, 국경 너머의 어디든
안산의 통합지원센터든
치앙라이 아카족 원주민이든 한국의 미혼모든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어둠은 당연한 것이 아니니.
나는 어둠을 핑계 삼지 않는다.
나는 빛으로 살라는 아버지의 부르심 앞에
내 삶을 내어 순종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