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생명복지재단 대표 이효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나는 늘 아랫물의 자리였기에
이 말을 변명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손가락질 대신 꺼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가끔,
윗물이 진짜로 맑을 때가 있다.
그럴때는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아랫물인 나는
다시 맑아져야 한다는 사명을 되새긴다.
오늘 다녀온 은퇴식이 그랬다.
맑디맑아서, 오히려 더 맑은 눈물이 고이는 자리.
이렇게 아름다운 은퇴가 있을까 싶다가도
‘나도 저렇게 은퇴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조용히 마음 깊이 차오르는 시간이었다.
나는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고성제 목사님의 설교를 종종 찾아듣곤 했다.
존경했고 닮고 싶던 목사님이었다.
몇 달 전 목사님을 뵈었을 때
은퇴 소식을 들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축하를 전했다.
“목사님, 축하드립니다.
요즘 같은 때에 은퇴식을 하는 게 복이고 기쁨입니다.
요즘은 담임목사들이 쫓겨나거나 구속되는 일도 많은데,
완주라니요!ㅎㅎ 꼭 축하하러 오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목사님이 잠시 웃으셨는데,
그 눈빛에서 늘 나를 응원해주던 따뜻함이 스쳤다.
나는 꽤 오래 이분에게 빚을 지며 사역을 이어왔는지가
마음에 떠올랐다.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교회의 표어는
“가라, 가서 누군가에게 복이 되어라”이다.
나는 오늘 그 말의 실체가
한 사람의 완주 속에 담겨 있음을 바라보았다.
은퇴식이 끝나고 돌아오는길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조용해졌다.
아름다운 완주는 화려하지 않아도
그저 사람의 마음을 낮추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갈 길을 다 달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격려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한 사람의 맑음이 또 다른 사람의
길을 밝힌다는 것을 믿으며
그렇게 살아가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