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품어주심

  • 이 빌어먹게 아픈 상황 1

    이 빌어먹게 아픈 상황 1

    그 뒤로도 꽤 오랜 시간을 기도하였던 것 같다. 작은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듯, 하루하루 살아내며 실없이 웃을 때도 이상 없던 내 목이 따끔거리고, 온 신경이 아픈 곳에 집중되는 것 같았다. 그 아이의 병원을 다녀와서 아픈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 내 마음이 그랬다. 심장에 가시가 박힌 듯 따끔거리고 내 마음에 경각을 주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다….

  •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3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3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왔다고 해서 달라진 것 또한 없다. 여러 설교 예화나 간증에서 보고 들었듯이,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병원에 왔다면 거짓말처럼 무균실 문이 열리면서, 아이가 밝게 웃으며 뛰어나오면 좋으련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일반 병실의 분위기보다 더 차가워 보이는 무균실의 기계 장치에서 들리는 ‘삑삑’ 소리만 고요한 복도에서 나의 울음소리와 섞여 메아리쳤다. 그런데 머리는 아니라고…

  •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2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2

    “아니, 포기하지 맙시다. 그건 의사 이야기고, 엄마 생각은 또 다르잖아요.” 우는 엄마를 달래야 하는데, 내 마음도 달래지 못해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끝까지, 엄마로서 도리를 다합시다. 나는 선교사로서 도리를 다할 테니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요. 조금 늦었지만, 이제 제가 왔어요.” 지갑에, 통장에 돈이라도 1,2억 있었다면 좋으련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그저 내가 왔다고, 포기하지…

  •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1

    하나님이 보내셔서 온사람 1

    병원에 들어가 엄마를 만났다. 그 사이에 상황이 더 안 좋아진 아이는 무균실에 들어가 있었다. 아이를 볼 수도 없어서 복도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엄마를 붙잡았다. 얼마나 울었던지 쓰고 있던 마스크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퉁퉁 부은 눈, 초점마저 흐릿해진 아이 엄마의 손을 잡았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어 얼른 기도부터 했다. 뭐라고 기도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출산을…

  •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4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4

    아이들은 나를 통해 기독교인 전부를 볼 수 있다. 나를 통해 기독교를 알고, 또 나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갈 수도 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거룩한 부담이었다.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합리적인 생각’을 외쳤던 내가, 머리만 잔뜩 자란 괴물 같아 보여서 눈물만 나왔다. ‘이게 아닌데, 내가 이러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닌데.’ 다시 어린 엄마에게…

  •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3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3

    “청소년 미혼모 가정의 경우 청소년 시기의 출산으로 인해 중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된다. 이는 곧 공동체 경험의 부재이며, 공동육아의 책임이 있는 남자의 부재와 원가족 과 갈라지는 것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게 만든다. 출산 후, 이 아이들은 청소년 시기에 청소년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일반인보다 일찍 시작하게 되며, 아동과 엄마 두 명이 세상 앞에 홀로…

  •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1

    그 아이들에게 내가 유일한’한 사람’이면 1

    아이는 누군가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내가 보았던 아프기 전 사진 속의 모습과 같았다. 양손에는 장난감을 쥐고 재롱을 떨며 앉아 있는 아이는, 연신 자신을 안아주는 이의 얼굴을 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번쩍들어 장난을 치고 있는 분은 내가 알고 있는 성경 속의 예수님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를 만나주셨을 때의 따듯한 모습 그대로였다….

  • ‘그냥 모른 척 할까?’ 5

    ‘그냥 모른 척 할까?’ 5

    ‘잃은 양 한 마리를 향한 마음보다 남은 99마리를 향한 합리적인 선택이 더 옳은 것이라고 믿으면 된다. 스스로 목자라고 칭하기보다 양치기, 청지기의 삶을 산다고 외쳤으니, 100마리의 말은 양들 중에서 마이너스 1 정도의 손해를 보고 99마리를 잘 보살펴 살찌우는 것이 진정 주인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 유통업에서는 항상 로스(loss) 율을 감안하여 관리를 한다는데, 내가 말은 100마리의 양들 중에서…

  • ‘그냥 모른 척 할까?’ 4

    ‘그냥 모른 척 할까?’ 4

    애써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여러 번 가로저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스치듯 들어온 이 비겁한 생각은 스스로 몸집을 불려갔다. ‘모른 척 하자. 몇 달만 모른 척 하면 될 것이다. 사실 그렇게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던 아이 엄마도 아니고, 어차피 살 가망도 없다고 하니 몇 달만…

  • ‘그냥 모른 척 할까?’ 3

    ‘그냥 모른 척 할까?’ 3

    사실 전혀 상관이 없다면 없는 아이였다. 현재는 우리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대상자도 아니고 명절이나 되어야 연락이 오는 관계인데, 도와달라는 말이 나에게 들리자 숨이 턱 막혔다. 어린 엄마와 투병중인 아기와 병원비는 내 마음 까지 순식간에 짓눌러 버렸다. 아팠다. 많이 아팠다.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상황이 다가오니 일상을 보내며 실없이 웃는 것조차 아기와 어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