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다.

한생명복지재단 대표 이효천 |

연락이라도 되었으면 장례식이라도 가보았을텐데

모든것이 끝나고 연락이왔는지,

나는 어떻게 죽었는지, 왜그랬는지 아무 설명도

듣지못한체 그냥 죽었다라고 전해만 들었다.

두달전이었다. 천안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서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러 내려갔다.

두달전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얼굴을 떠올려보려 노력하는데

흐릿하게 기억만 남아있다.

흐릿한 기억속에서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것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것과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얘기하고 돌아왔다.

사실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복잡했다.

대상자 중심의 단체 입장에서는 사실 청소년 한명 오는것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사준비와 집 보증금 부터,

병원비까지. 이렇게 저렇게 사용되어져야할 돈을

모으는것부터 쉽지 않고, 청소년 한명이

우리에게 오면 거의 모든 생활전반을 함께해야하니

나는 준비할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사실 내가 각오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했는데,

준비도 다 되어갔는데 이렇게 끝나버렸다.

차라리 우리에게 와서 이런일 생겼더라면,

내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다 이런일이 생겼다면

마음이라도 조금 편했을까?

나는 요즘 마음을 찢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이라는 후회를 달고 산다.

다음주 부터 청소년들이 방학을 맞이한다.

나는 몇몇 교회 여름 수련회들에 강사로 서게 된다.

선배들이 강대상에 오르기전에 두렵고 떨린다는 말이

이제 조금 다가온다.

나는 이제 어떤마음으로 청소년들을 바라보아야할까?

어제는 우리 아기엄마들과 사진을 찍었다.

후원처에서 전달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래저래 저래 장난을 치며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엄마의 그 소리가 집에 오니

짠하게 기억에 남는다.

아마 그 아이도 이렇게 웃을 수 있었을텐데.

헛헛한 느낌 때문에 뭔가 위안거리를 찾지만

참된 위안은 늘 저만치에서 가물거린다.

나는 저기까지 닿을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을 꾸깃꾸깃접어

다시 가슴한편에 밀어넣는다.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천근만근한 발자국을 뗀다.

보이지 않아 가물거리는곳을 향해

그리고 그 너머를 바라본다.

그래 닿아야지.

그래 저기까지는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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